[7년의 밤] 완독. 벽오금학도

1.

"뒤돌아보지 않는 힘 있는 문장, 압도적인 서사, 생생한 리얼리티.

그 위에 세워진 묵직하고 매혹적인 세계.

한 남자는 딸의 복수를 꿈꾸고,

한 남자는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 한다." 그 외 박범신과 조용호의 서평.

 

정유정, [7년의 밤] 뒷표지에 발라져 있는 글귀들.

 

이런 것들이 굳이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완성도 하나 만으로 대차고 기찬 소설이다.

입소문 하나 만으로 든든한 소설이다.

 

활자 매체에 이렇게 코를 박고 읽었던 마지막 기억은

얼마 전 서점에서의 루어&플라이 8월호  -_-

정기구독 하고 싶지만 낚시잡지 집으로 날아오면 영원히 칩거해야 할 듯.

 

2.

트위터에 [7년의 밤]을 이루고 있는 활자들이 마구 덤벼들어서

하루 하루 아껴 읽어야 하겠다고 싸 놓았는데,

출판사 은행나무 측에서 무단 리트윗 하는 일이 발생.

 

독자 서평도 홍보의 일환으로 쓸 수 있다지만, 아닌건 아니지 않나 싶다.

 

3.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출판은 그 정도로 힘든가, 싶기도 하고.

작품 자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건 쓴 작가와 읽는 독자 뿐인가, 싶기도 하고.

2판부터는 북 디자인을 과감히 손 보아도 될 듯.

 

아무튼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수많은 전공 선배님들 힘내세요.

 

4.

글이 막 '달린다'.

이게 무슨 느낌이냐면, 본 시리즈 - 본 슈프리머시 부터의 - 전개처럼

막 달리는 느낌인데, 증말 달리는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5.

자 이제 경제학 석사 유시민 교수의 정치학 강의 시간.


어떤 오후 벽오금학도


간만에 만난 내 표정이 꽤 이상했나 보다.
평촌역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하던 아이가 순간 나보고 무슨 일이 있냐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철이라는 대중교통 수단을 그렇게 오래 탑승한 건 꽤 된 일이었다.
거주지와 생활의 반경 탓에 차를 직접 몰아 돌아다니는 습성 탓에
어느새 건방지고 몹쓸 버릇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속속 바뀌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수족처럼 움직이는 차를 몰다가
어두컴컴한 땅 속 만을 보여주는 열차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다.

아무튼, 평택에서 평촌까지는 꽤 힘들었으며,그 곳에서 명동까지의 여정은 고역이었다.
지상 노선보다는 지하가 아무래도 견디기 힘들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살며 땅 속으로 줄지어, 기꺼이 이동하시는 분들에게 경의를-_-
(귀가하는 길은 [7년의 밤]이 엄호 해 주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울 오갈 때는 몰랐는데
뻥 뚫린 물가에서 낚시질이나 하다가 보니 퓨어한 시골사람이 되었다.

아아, 나는 참으로 내추럴 본 촌놈이기도 하여라.

"나는, 진심으로 지하철이 싫어" 를 이해하게 되었다.

-

ㅁ은 국문과 4학년, 취업준비생.
ㅌ은 국문과 2학년, 필웨이의 거상.
ㅈ은 경제학과 졸업생, 주부.

출신 학교도, 연고도, 사는 방식도 각기 다른 3인.

ㅁ과 ㅌ는 오빠 동생, ㅌ와 ㅈ는 친구, 동시에 ㅁ과 ㅈ는
ㅁ의 고등학교 동창과 ㅈ의 대학교 동기의 교집합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친구라는 사이로 귀결되는 해괴한 개족보의 3인.

자주는 아니더라도, 서로 없으면 못 사는 사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간혹 이 조합으로 만나고는 한다.
서로의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결핍되고, 무엇을 채워야 하는 지에 대하여 모르지만
즐겁고 반가워서 만난다. 이런 관계라면 깊지 않아도 꾸준한 것이 편안하다.

-

마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세 명 모두 마리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으면서
아무도 "가 보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가 보자"라는 말이 후두까지 차 올랐지만 끝내 뱉지 못 했다.
이유는 비밀.

마리를 걱정하고 연대하고 참여하는 모든 분들께 고개 숙인 사과와 진심 담은 응원을.

-

간만에 서울 나들이는 즐거웠다.
하지만 혹여 눈 감으면 코 베어갈까 무서웠슈 ㅠ_ㅠ

-

죽음의 부루마불...
온몸으로 체득한 환희와 굴욕을 잊지 않겠다.

-

나는 열 살 터울 '여자친구의 친구들'에게
만나서 반갑다고 90도, 가시는 길 살펴 가시라고 90도,
그렇게 기꺼이 진지하게 인사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인간 그렇게 많은 오후 10시 반의 명동 버거킹 앞에서
티셔츠 쪼가리에 쪼리 신은 후줄근한 동생에게
매끄럽게 차려 입은 장신의 신사가
허리 숙여 인사하는 광경을 목격하신 명동의 행인 여러분들은 드문 구경 하셨습니다. 돈 내세요-_-

워낙 집안에 여자가 드문 탓인지(사촌누나가 있지만 좀 쉬크해요)
학교나 그 외 활동에서 만난 누나들 잘 따르고 여동생들은 굉장히 예뻐하는 편이다.
이 형님이라면 후일 다시 만나 내가 1도 정도는 더 굽혀 인사를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연애가 절실한 나에게
초면의 남성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감정은 쉽사리 들기 힘들다. 많이 감동.



백년만의 오프라인 책 구매. 벽오금학도




-

서점에서 책 세 권을 업어왔다.
두 권은 예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윤대녕의 [대설주의보], 정유정의 [7년의 밤].

한 권은 충동구매.
문재인의 [운명]과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이 중에서 고민하다 시민이횽을 선택.
(나는 정치학이든, 정치사든, 현실 정치든...
아무튼 정치라는 것에 대해 종이에 찍힌 활자로 접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세대이다.
나의 정치적 성향과 자세를 계량화 하여 100이라고 가정하면,
고등학교 시절이 그의 50%,
명절 때마다 노무현을 두 번 죽이는 친척들끼리의 담화가 30%,
인터넷 황색언론(적색? -_-)이 20% 기여했다고 봄.
그런 내가 이른바 '정치서적'을 샀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이상한 일이다.
노무현 자서전도 안 샀는데 말이지...)


윤대녕의 [대설주의보]를 '이제야' 읽는다.
군바리 때 [은어낚시통신]을 읽다 살다 살다 이렇게 글을 친절하게 쓰는 사람은 처음이라
조금 오그라 든 기억이 있어서 그 후 멀리하다가(죄송합니다 선배님) 이제야 다시 접한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 책을 접한 모두가 가열차게 극찬을 하고 있다.
열어보니, 역시... 글자가 마구 덤벼든다.

-

내가 마지막으로 그 서점에 갔던 때를 중3 시절로 기억하는데,
꼭 10년 후 들렀는데도 사장 아주머니가 나를 정확히 기억하셨다.
당시 나는 (믿기 어렵겠지만) 용돈의 반 이상을 책에 투자하던 학생이었다.
중3 이후 담배와 술 -_- 때문에 그 비중은 줄었지만...
중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독서량을 떠올려보면
막상 국문학 전공하며 소화한 독서량보다 많은 것 같다.

주인 아주머니 인상이 좋으셔서
나도 그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반가웠다. 반가웠던 사이가 후일 서로를 잊지 않고
반가워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다.

-

일단
정유정 - 윤대녕 - 유시민 순으로 조지기로 했지만
[7년의 밤]을 펼치는 순간, 좀 전에 말했듯 활자들이 눈깔로 마구 덤빈다.
선두타자로 [7년의 밤]을 기용한 건 실수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안타성 타구들이 펑펑 나온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볼 배합이 떠오르지 않아... 이런 타자는 좀 인터벌을 두고 상대해야 한다 -_-

아끼고 아껴서 읽어야 겠다. 골방에서만 읽어주기에도 아깝다.
가지고 다니며 읽어야 겠다. 자랑하면서 읽어야지.

카페에서 소리내면서 읽어야지... 책 읽어주는 남자다.
나 교양있는 남자니까 접근해주시죠 후후 시발 ㅋㅋ


1